01 바래다주는 길 -신다 / 190515 @작은 내 방
- 다방
- 2019년 5월 15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19년 5월 15일
몇 년 전, 공항에서 동생을 바래다줬던 기억이 난다.
씩씩한 발걸음으로 게이트에 들어가는 동생 뒤로, 나는 왠지 눈물이 났다. 나는 혹여나 내 모습을 보고 동생도 같이 울까 봐 못생긴 얼굴로 끅끅 울음을 참다가, 동생이 사라지고 난 뒤 그곳에 앉아 한 시간을 더 울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먹먹할 수 없었다. 동생이 캐나다에 몇 년씩 있다가 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마음이 허했는지. 잘 가라고 어깨나 툭툭 쳐 주고 빨리 돌아와야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참 어리석게 느껴졌다.
최근에는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2년간의 한국 생활 끝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공허한 마음에 결국 노래를 하나 쓰게 되었다.
노래의 모든 것이 물에 한 번 빠졌다 나온 것처럼 먹먹했으면 했다. 먹먹한 멜로디, 먹먹한 가사, 먹먹한 편곡.
최근에 반복해서 듣던 노영심 선생님의 '그리움만 쌓이네'와 비슷한 감성에 콜드플레이의 'ATLAS'를 적절히 섞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였다.
가사를 쓰고 제목은 '바래다주는 길'로 정했다.
오랜만에 일렉 기타가 아닌 어쿠스틱 기타로 녹음을 시작했다. 나는 마틴 사의 D15M 어쿠스틱 기타를 쓰는데, 특유의 따뜻한 저음이 노래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똑같은 절(verse)이 세 번 반복되는,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구조적 단점은 강철의 건반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철이의 건반은 언제나 내가 기대한 것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다. 무슨 용병 같다.
데모 작업이 끝나자마자 강희에게 곡을 들려주었고, 다행히도 강희의 반응은 괜찮았다.
사실 꽤 많이 좋아해 줬다. 고맙게도, 강희는 늘 칭찬에 후하다.
내일부터는 또 새로운 곡을 작업할 것이다. 내일을 위해 얼른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한 시간을! 저도 유학생이었어서 늘 떠나는 입장이 되었는데 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하다가 이 글을 보니 눈물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