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는 올해 EP 작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후로 무수한 곡을 쏟아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반쪽짜리 완성본이긴 해도, 그의 글과 멜로디는 늘 훌륭하다.
그러나 이제껏 다방의 메인 편곡자 아닌 편곡자 역할을 해온 나에게는 1절짜리 데모가 꽤 곤혹스럽다.
왜냐하면 나는 데모를 만들 때 편곡과 작곡을 동시에 하지 않고, 우선 끝까지 작곡을 마무리한 후 본격적인 편곡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혼자서 불평불만을 갖는 대신, 긴 말 않고 강희에게 기존 데모의 뒷부분을 더 작곡해달라 부탁했다. 강희는 다행히 내 부탁을 받아들여 지금 열심히 노력 중이지만, 안타깝게도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르지는 않는 것 같다.
'한쪽 페달만 남은 자전거'라는 곡은 그런 곡들 중 한 곡이었다. 이 곡은 강희가 몇 년 전, 그의 메모장에 써놓았던 글에 멜로디를 붙여 만든 곡이다.
후렴 멜로디가 좋았다. 후렴 멜로디가 좋은 곡은 주저 없이 편곡에 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1절 B 파트의 가사 중에 2절로 끌어당겨올 부분이 있었다. 덕분에 곡 구성은 쉽게 나왔다.
1절 A - 1절 B - 1절 후렴 - 간주 (8마디) - 2절 B - 2절 후렴 - OUTRO
지극히 스탠더드하다.
코드는 너무 반복이라 꽤 많이 변경했다.
드럼, 베이스, 메인 일렉 기타로 전체적인 뼈대를 완성한 후 양념을 치기 시작했다.
이 곡은 왠지 빈티지한 맛이 필요할 것 같았다.
트래몰로가 강조된 블루스 톤 기타로 간주에 양념을 쳤고, 후렴에는 트롬본 두 대로 빈자리를 채웠다.
트롬본은 내가 처음 다뤄보는 악기라 깔끔하게 라인을 정리하기까지 꼬박 세 시간이 걸렸다. 휴
탬버린을 끝으로 모든 트랙을 완성한 후, 믹스도 대충 빈티지하게 잡았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강희에게 데모를 보내줬더니, 촉촉한 눈으로 약에 취한 사람처럼 엄청 행복하게 미소 짓는 강희의 동영상이 되돌아왔다.
노래가 정말 맘에 든다는 강희식 표현인데, 보면서 내 기분도 엄청 행복해졌다.
이 친구는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는 재주를 타고났다. ㅋㅋㅋㅋㅋㅋ
내일은 오전부터 강희의 보컬 녹음이 있다. 잘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