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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다방

04 Little Fight -신다 / 190616 @작은 내 방

최종 수정일: 2019년 6월 16일

5월 30일에 썼던 세 번째 블로그 글 이후, 처음 쓰는 작업기다.

지난 3주는 내게 참 다사다난했다.

6월 4일 오전에는 파주의 어느 한 스튜디오에서 뮤즈온 프로젝트 촬영을 했고 오후엔 가톨릭대학교에서 공연했다.

그 주 수요일 밤부터 목요일은 유동방송 사람들과 함께 보냈고, 금요일에는 수림과 정훈 오빠가 함께하는 카페 언플러그드 공연에 세션으로 참여했다.

6월 10일, 외국에 살고 있는 언니와 형부가 한국으로 휴가를 왔다. 조용하던 집이 북적거렸고, 부지런한 언니 덕분에 나의 하루도 덩달아 바빠졌다.

그래서 그런지 작업에는 꽤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신께서 아직 나를 보살펴주고 있는지 큰 스케줄 뒤엔 꼭 쉬는 날을 만들어주셨는데, 나는 그마저도 체력 보충을 핑계로 허투루 쓰기 일쑤였다.


그래도 처음에 세웠던 목표인 '한 주에 무조건 1곡 만들기'는 어떻게든 달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낭비한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면, 별 아이디어도 없이 새벽까지 기타를 만지곤 했다.


'Little Fight'는 1년 전에 쓴 곡이다. 그 당시에도 나는 나 자신과 '한 주에 16마디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비슷한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 1년 후의 내가 음성메모에서 이 곡을 발견했을 땐 꽤나 신기하고 또 반가웠다.


이 곡을 쓰던 시기는 남자친구와 싸움이 잦은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생긴 관계에 대한 피로함에, 싸움 하나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그냥 하나의 작은 싸움일 뿐이야..'


가사 초안


어느 날 밤, 씻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불현듯 이 곡은 남녀 듀엣곡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후, 신도림역 횡단보도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다 1절의 화자와 다른 입장을 가진, 또 다른 화자의 이야기로 2절을 썼다.


그 후 1절 뒤로 블루스로 편곡한 2절을 붙여보기도 하고, 간주를 줄여보기도 하고, 후주를 만들어 끼워 넣어보려 했지만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6월 14일 즈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 것 같아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Shure 사의 SM7B는 왜인 지 깁슨 L-1 robert johnson signature 소리를 잘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처음에 곡을 만들었던 방법 그대로 기타 연주만 아이폰으로 녹음한 후 시퀀서에 재생시켰다.

이제야 좀 원하는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피아노는 잘 치지 못하지만 그전에 완성해놓은 플로우가 그럭저럭 쓸만했다. 너무 많이 박자를 쪼갠 감이 있어 좀 정리했다.

콘트라베이스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다. 그간 들어온 콘트라베이스 리듬을 기억해내려 애쓰며 미디를 만지는데 정말 여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핫식스 한 캔을 들이켰다.

클라이맥스 부분에 쓰일 기타 스트럼과 중간중간에 나올 리프를 녹음한 후 드럼을 찍고, 제일 마지막으로 스트링을 만졌다.


마지막에는 30분에 한 번꼴로 방을 들락날락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어쨌든 꾸역꾸역 마무리 후 강희한테 무사히 곡을 들려줄 수 있게 됐다.


강희가 좋아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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