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속도를 즐기는 편이다. 몸에 붙지 않는 큰 티를 선호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답답한 것을 '매우' 싫어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옥죄는,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그게 정신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혹은 법규 같은 사회적 장치이든) 나는 혐오한다. 온천에 가도 습한 공기가 답답해 노천탕에만 내내 앉아있기 일쑤인 내가 유일하게 반기는 구속장치가 있다. 바로 운전 중 만나는 적신호이다.
혼자 차 안에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소란스럽다. 그러다 보니 최근엔 불 꺼진 방보다 한창 달리고 있는 차 안에서 노랫말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편이다.
물론 기계적으로 하는 운전이다 보니 여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그 후의 일이다. 무언가 떠오를 때마다 나는 신들린 사람처럼 중얼대기 시작한다. 그러다 적신호를 만나면 휴대폰을 잡고 빠르게 내비게이션을 내리고 더듬더듬 메모장을 찾아서 급히 오타투성이로 떠오른 가사들을 남긴다. 위험한 일이지만 1초도 지체할 수 없다. 한 번은 안전하게 잠깐 경로를 이탈해서 차를 정차한 후에 기록하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지만 이미 노래는 날 떠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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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매일 적신호 아래에서 노랫말들을 붙잡고 있다. 신호가 바뀌고 1초 내로 브레이크 등이 꺼지지 않으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뒤차의 경적소리에 다시 중얼중얼 출발하고 또 멈추고. 다시 출발하고, 멈추고. 몇 번 반복하면 가사의 주제가 잡히고, 집에 돌아와서 그걸 정리하고 노래를 만든다.
나는 감히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요즘 나 목숨 걸고 노래를 만들고 있노라고.